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매일 산해진미를 먹을 거라고 저도 한때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탄산음료와 햄버거로 하루를 시작하는 억만장자, 사과와 당근만 며칠씩 먹은 IT 혁신가, 자신이 직접 사냥한 고기만 먹겠다고 선언한 CEO. 성공과 식사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채식주의와 극단적 다이어트
잡스의 식습관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애플(Apple)의 로고가 사과인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특정 기간을 정해두고 사과와 당근만 먹는 극단적인 식이 제한을 반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채식주의자(vegetarian)였습니다. 여기서 채식주의란 단순히 고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동물성 식품 전체를 식단에서 배제하고 식물성 식품만을 섭취하는 식이 방식을 말합니다. 잡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과일 위주로만 식사하는 프루테리언 다이어트(fruitarian diet)를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프루테리언 다이어트란 곡물이나 채소도 최소화하고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방식인데, 영양 불균형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피부가 황달처럼 노랗게 변하는 현상을 겪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그는 아유르베다(Ayurveda) 식단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유르베다란 인도 전통 의학 체계로, 개인의 체질과 계절·환경에 따라먹어야 할 음식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식이 철학입니다. 잡스가 동양 철학에 심취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연결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식습관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을 정화하고 창의력을 끌어올린다는 철학적 믿음에 기반했다는 점입니다. 그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제가 이 내용을 살펴보면서 느낀 건 과도한 신념이 신체 건강을 앞지를 때 생기는 위험성이었습니다.
- 채식주의(vegetarian):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식물 기반 식사
- 프루테리언 다이어트(fruitarian diet):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극단적 식이법
- 아유르베다(Ayurveda): 체질 중심의 인도 전통 식이 철학
- 부작용: 황달기, 영양 불균형, 체중 감소
워런 버핏의 소박한 식단, 코카콜라와 패스트푸드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아침을 맥도날드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진 '부자 = 특별한 음식'이라는 편견이 한 번에 무너졌습니다. 워런 버핏은 하루에 코카콜라를 5캔 마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자서전에 따르면 아침에는 주머니에 있는 동전 액수에 맞춰 맥도널드 메뉴를 고른다고 했는데, 이건 절약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그의 성향 때문입니다.
스테이크에 대한 애정도 남다릅니다. 그가 특별히 찾는 곳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Omaha)에 위치한 고라츠 스테이크 하우스(Gorat's Steak House)입니다. 버핏이 수십 년째 단골로 드나든 이 식당은 그의 이름 덕분에 유명세를 탔고,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버핏 관련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예약이 몇 달 전에 마감될 정도라고 합니다.
디저트로는 See's Candies의 초콜릿을 즐깁니다. 이 브랜드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1972년에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통해 직접 인수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Berkshire Hathaway 공식 홈페이지
버핏의 식습관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단순함 자체가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투자 철학에서도 복잡한 것보다 이해 가능한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그의 방식이 밥상 위에도 그대로 반영된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함보다 일관성, 그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균형 식단과 이색 도전
저커버그 하면 떠오르는 식습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2011년 그는 한 해 동안 자신이 직접 사냥하거나 도축한 동물의 고기만 먹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다소 극단적으로 들렸지만, 그 배경에는 음식의 출처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먹는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겠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소비와 생산 사이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도는 생각해 볼수록 꽤 진지한 시도였습니다.
그 외에는 비교적 일반적인 건강식 패턴을 따릅니다. 과일과 야채를 기본으로 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초콜릿 칩 쿠키와 닭고기를 꼽았습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초밥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깨달은 것과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익숙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저커버그처럼 한 번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를 의식적으로 따져보는 경험이 식습관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음식의 출처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가공식품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커버그의 사례는 특정 식품의 우열이 아니라, 먹는 행위를 얼마나 의식적으로 대하는가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영양학회(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에서도 식품 선택에서 의식적 인식(mindful eating)이 장기적인 식습관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출처: 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
오바마의 견과류·연어, 그리고 균형 식단의 의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식습관은 앞서 소개한 세 사람 중 가장 '교과서적'에 가깝습니다. 매일 밤 아몬드 몇 알을 먹는 습관, 연어처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을 즐겨 먹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오메가-3 지방산이란 체내에서 자체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으로, 심혈관 건강과 뇌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어, 고등어, 아마씨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아몬드 역시 비타민 E와 마그네슘을 포함한 미량 영양소(micronutrients)의 좋은 공급원입니다. 미량 영양소란 소량으로 섭취하지만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에 필수적인 비타민·미네랄류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오바마의 식단이 인상적인 이유는 화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몬드 한 줌, 연어 한 토막. 수천억 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도 결국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동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품들이라는 것, 제가 직접 식단을 신경 써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감각과 비슷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네 사람의 식습관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각자의 방식은 극단적으로 달라도, 자신만의 식사 원칙을 의식적으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잡스는 철학, 버핏은 단순함, 저커버그는 책임감, 오바마는 건강 기능. 성공한 식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식사에 나름의 기준을 갖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티브 잡스처럼 과일만 먹는 다이어트를 따라 해도 괜찮을까요?
A. 프루테리언 다이어트는 단백질·지방·철분 등 필수 영양소가 심각하게 부족해질 수 있어 장기 실천은 위험합니다. 잡스 본인도 황달 증상과 영양 불균형을 경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기 식이 조절이 목적이라면 전문 영양사와 상담 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워런 버핏은 왜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오래 살까요?
A. 버핏 자신도 "내 유전자가 버텨주는 것 같다"고 언급한 적 있을 정도로 이 부분은 본인도 인정합니다.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 생활습관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이를 일반화해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중심 식단이 건강에 무해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외적 사례를 모델로 삼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Q. 성공한 사람들의 식습관을 따라 하면 성공에 도움이 될까요?
A. 식습관과 성공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잡스가 채식주의자여서, 버핏이 코카콜라를 마셔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각자가 자신만의 식사 원칙을 의식적으로 유지했다는 공통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정 음식보다 규칙적이고 의식적인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 아몬드를 매일 먹으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아몬드에는 비타민 E, 마그네슘, 불포화지방산 등 미량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다만 칼로리 밀도가 높기 때문에 하루 권장량인 약 23알(28g) 내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바마처럼 밤에 소량씩 챙겨 먹는 방식이라면 간식을 대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성공한 사람들의 밥상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특별한 음식이 성공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과만 먹든, 콜라를 다섯 캔 마시든, 직접 사냥을 하든, 아몬드 몇 알을 챙겨 먹든 —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원칙을 의식적으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몸이 무겁고 집중력이 흐려지는 날들은 대부분 끼니를 허투루 넘기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같은 음식만 반복해서 먹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의 식단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보다, '내가 왜 이걸 먹는가'를 한 번쯤 따져보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식사법은 참고 자료일 뿐, 정답지가 아닙니다.